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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팩트체커
MBC
2021.11.15
장기 기증자 편지 교환, 우리나라는 불가능?
검증 대상

뇌사 상태로 2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온 소율 양이 끝내 숨졌습니다. 6살 소율 양은 심장과 좌‧우 신장을 다른 이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소율 양의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소율 양의 심장이 잘 뛰는지, 누구에게 기증이 되는지 알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선 기증자의 가족과 수혜자의 개인정보는 서로 비밀에 부쳐진다는 사실이 조명되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가 보편적인 기준인지, 외국에선 기증자와 수혜자의 교류를 어떻게 보장하는지, 나아가 이러한 제도가 장기 기증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확인했습니다.

검증 방법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을 검토해 장기기증 관련 비밀유지 의무의 적용 범위와 예외를 확인했습니다.

-전기섭씨(소율 양 아버지)를 인터뷰 해 현재 수혜자와의 교류 진행 상황과 견해를 청취했습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서신교류 제도의 진행 상황과 법적 근거를 확인했습니다.

-WHO의 ‘인간 세포, 조직 및 장기 이식에 관한 지침’을 검토해 비밀유지 의무가 보편적인 지침인지 확인했습니다.

-미국, 호주, 일본, 이탈리아 등 각 국가별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간 교류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지침)와 공개 범위를 확인했습니다.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을 검토해, 현 장기기증 활성화 방안을 확인했습니다.

-올해 3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간한 ‘장기기증 실효성 제고방안 의결서’를 검토해, 장기기증과 관련된 통계를 확인했습니다.

-지난 2년간 발의된 장기기증법 개정안을 검토해 유가족 예우 개선 방안을 확인했습니다.

검증 내용

 장기기증자와 수혜자간 교류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우리나라의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기증법)’ 31조는 장기 이식 관련 기관들의 비밀 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자와, 이식 대상자, 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자 외에는 공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범죄 수사나 재판상의 필요, 또 장기기증 홍보사업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당사자들이 동의를 한 경우에 한해 공개가 됩니다. 이러한 목적을 제외하고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 정보 교류가 어렵습니다.

 

▲ 장기기증법  제31조(비밀의 유지).

 

우리나라에만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수혜자와 기증자의 익명성과 사생활은 항상 보호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 원칙을 준수합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장기 기증이 장기 밀매로 왜곡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WHO , 인간 세포, 조직 및 장기 이식에 관한 지침

( "수혜자와 기증자 간 개인 정보와 익명성은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

 

 

기증자 - 수혜자 교류,  해외는 어디까지 허용하나

해외에서도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직접적인 교류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관련 기관의 중개 아래 ‘간접교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장기조달 및 이식 네트워크(OPTN)’ 지침에 따르면, 기관은 성별과 나이, 이식 후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는 서로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또 상호 동의 하에 서신을 통한 교류도 가능합니다. 다만 편지에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거나, 위협하는 내용이 없는지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중개 기관에서 편지 내용을 검수하는 겁니다.

 

▲  미국 장기조달 및 이식 네트워크(OPTN) 권고사항

( "관련 기관의 중개로 수술 후 건강상태, 성별, 연령대는 공개할 수 있지만

종교, 성적 지향, 인종과 같은 개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 ")

 

호주 또한 이와 유사합니다. 기관을 통해 익명으로 편지를 교환할 수 있고, 이식된 장기에 대한 정보와 이식을 받은 뒤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식 뒤에 익명 편지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  호주 장기 및 조직 당국(Organ and Tissue Authority)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 간의 연락,  한글 번역본

 

         

▲ 일본 장기이식네트워크(JOTNW) Q&A

( "이식 후 경과 보고나 이식자로부터의 레터(서신) 등을 건네줄 수 있다")

 

이탈리아도 기관 중개에 한 해 편지 교환이 가능합니다. 기증자 가족은 이식 뒤 10년동안 수혜자의 건강 상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 교류를 막는 것이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호 동의를 거쳐 직접적인 교류를 허용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법을 검토한 이탈리아 생명윤리위원회 또한 상호 동의하에 기증자와 수혜자가 보다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  이탈리아 생명윤리위원회, 장기 기증자- 수혜자간 정보 교류에 관한 의견 일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증자와 수혜자 간 더 많은 정보 공유를 위해 익명성을 없앨 수 있다")

 

 

간접 교류, 우리나라는 어디까지 와 있나

소율 양의 아버지 전기섭씨는 <알고보니>의 보도 이후 장기기증원 측으로부터 이식자들의 연령대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신 교환에 관해서는 현재 추진 중이며, 성사될 시 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관계자는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에 간접적으로 서신 교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의를 얻은 뒤 편지 내용을 장기기증원이 검수하는, 현재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준비 중인 겁니다. 이르면 내년 초 소율이 아버지는 상대방의 동의를 거쳐 편지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시범 사업에 가깝습니다. 지난해부터 발의된 장기기증법 개정안은 기증자와 수혜자 간 간접교류와 예우 개선을 의무화했습니다. 2021년 현재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현행법상 장기기증 홍보를 위한 공익 사업에 한 해 서신 교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개인 간 편지 교환이 ‘장기 기증 홍보를 위한 사업’으로 볼 수 있을지는 개별 사례에 따라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장기기증원 측은 “개정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김정재의원 대표발의)

 

 

기증자 예우 개선과 장기 기증의 연관성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국민 1천 9백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가족 예우 방안 중 가장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것은 장례지원서비스(52.5%)였습니다. 다음으로 추모공원 설립(24%)과 유가족 정서 지원(13.7%)이 뒤를 이었습니다. 장례비는 정부에서 최대 360만원까지 '사후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으나, 사회적 예우는 아직입니다. 일회성 지원 보다는 유가족과 기증자에 대한 배려와 예우를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권익위, 장기기증 실효성 제고방안 의결서

 

우리나라의 뇌사 후 장기기증은 해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뇌사 기증자는 2016년 573명에서 2020년 478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장기기증을 꺼리는 이유는 신체 훼손에 대한 거부감(32%), 막연한 두려움(30.8%), 정보 부족(15.9%)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뇌사 기증자 는 인구 백만 명당 8.7명으로 스페인 48.9명, 미국 36.9명, 영국 24.9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뇌사 후 장기기증률,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보건복지부,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2021-2025) 중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

 

기증자와 수혜자 간 서신을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장기기증이 는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습니다. 전기섭씨는 <알고보니>팀과의 통화에서, “(장기기증원 측이) 추진 중인 서신 교환 사업이 성사되면 교류가 가능해진다는 말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증자에 대한 배려와 예우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말입니다.

 

검증결과

장기기증 시 기증자와 수혜자 간 교류는 현재 허용되지 않습니다. 장기 밀매나 금전적 요구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에서도 기증자와 수혜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증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서신을 통한 간접적인 정보 공유는 허용하는 게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소율 양의 아버지 전기섭씨는 현행법상 수혜자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서신 교환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제도가 마련 중입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장기기증원을 매개로 한 편지 교환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늦게나마 해외의 간접 교류 방식을 따르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뇌사 후 장기기증은 해마다 줄고 있고, 기증자 비율도 선진국에 못 미칩니다. 유교 문화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해가 갈수록 기증률이 줄고 있는 원인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혜자와 편지 교환이 될 수 있다’는 말 때문에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는 전기섭씨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기증기관에 편지 교류와 기증자 예우 의무를 명시한 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법의 ‘유권해석’에 따라 시행되는 우리의 편지 교환제도는, 해외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해외와 달리 국내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 간 서신 교환이 불가능하다’에 대해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팩트체커가 정리한 기사
[알고보니] "아이 심장 잘 뛰나 궁금해"‥소율아빠 소원 이뤄질까

◀ 기자 ▶ [지난 2019년] "엉덩이춤, 엉덩이춤, 엉덩이춤… 아이고 예쁘다. 아이고 잘 하네." 지난주 6살 소율이는 세 명의 목숨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렵게 아이를...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313146_34936.html

검증 결과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기증자와 수혜자 간 서신 교류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당국이 제도를 마련 중이지만 시범 사업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자료 9 개
전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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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WHO , 인간 세포, 조직 및 장기 이식에 관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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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2021.11.15
Guidance for Donor and Recipient Information Sharing - OPTN

The OPTN is operated under contract with the U.S. Dep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by the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 (UNOS). This Web site provides data and educational information about organ donation, transplantation and the matching process.

https://optn.transplant.hrsa.gov/resources/guidance/guidance-for-donor-and-recipient-information-sharing/

 

미국 장기조달 및 이식 네트워크(OP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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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호주 장기 및 조직 당국(Organ and Tissue Auth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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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명윤리위원회, 장기 기증자- 수혜자간 정보 교류에 관한 의견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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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공익 사단법인 장기이식네트워크(JOT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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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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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5

보건복지부,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202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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